잡담

1.

새벽잠에 내가 이등병때 내무실장이었던 조삼룡 병장 (가명)이 꿈에 나왔다. 오랜만에 해후해서 '내가 조 병장과 일케 어깨동무를 하고 있을 줄이야...(상상이라도 해봤겠나?)'라고 깐죽대며 놀렸다. 그리고 벌써 우리가 각자 입대한지 6년이나 지났으니...하고 세월의 무상함을 나눴다 (현실은 입대한지 6년이 아니라 제대한지 12년이다, 참나). 그리고 당연히 친절하게 5019 부대를 재방문, 아직도 당연히 군생활를 계속하고 있는 다른 고참 쩡정 병장을 놀려댔다. 오늘 쩡정은 당직사관을 서고 있다.

그래도 다시 입대하는 꿈은 아니니까. 전역 12년만에 군대 꿈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해야할까.

2.

왜 할일이 잔뜩많고 쪽 시간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맘이 급할 땐, 당장에는 불필요하지만 그나마 생산적인 일 (집안일을 한다던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짓 등) 조차도 절대 할 수 없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불필요하고 생산적이지도 않은 일 (인터넷 서핑, 뉴스 체크 등등)은 늘 잔뜩 하고야 만다. 전자는 의지를 가지고 해야하는 일이고, 후자는 의지가 없어서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난 의지가 박약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고. 몇 년전부터 느끼고 있는 내 시간 사용 양극화의 단면이다.
by 하늘타리 | 2009/11/12 23:19 | 옹알이 | 트랙백 | 덧글(0)

스케치

1.

흔히 치매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 병은 병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유전적 특성을 가진 개인들이 고령에 이르렀을 때 발현되는 타고난 개인적 속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것이 그냥 '치매'나 '노망'같은 이름으로 나이들면서 그냥 드는 병으로 취급되다가 20세기 후반 이후에 이르러서야 크게 주목받게 된 이유는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사람이 알츠하이머의 사정권인 연령대까지 살게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그저 한낱 지나치게 오래 살았던 노인네들의 병이었을 뿐이었지만 이제는 1/3 혹은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오래 살면 그냥 겪게되는 그런 인간의 운명인 것이다.

평균 수명의 연장과 인구 고령화라는 이라는 생물학적, 인구학적 현상이 가져온 알츠하이머 운명의 도래는 그 시대, 그 사회의 맥락 속에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이한 영향을 미친다. 1990년 대 이후 불어 닥친 알츠하이머 물결의 1세대가 지금 한창 지나가고 있다고 하자. 무시하기 어려운 비율의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현재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다. 평균적으로 장수를 누리게 된 첫 출생 코호트의 운명은 알츠하이머와의 싸움이다. 한편으로 이후 세대의 사람들이 노인이 되면서 같은 운명을 겪을 것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현재 알츠하이머 1세대는 (1) 적절한 돌봄, 보호시설의 부재 혹은 부족 (2) 실질적인 예방 및 치료법의 부재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예상치 않은 알츠하이머의 습격은 국가, 사회적으로 이들에 대처할 인프라와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1세대 노인 및 가족들에게 어떤 안전망도 제공해 주지 못했다. 이러한 알츠하이머 1세대 노인 코호트의 운명은 점차 마련되는 사회적 지원 및 인프라, 긍정적으로 기대되는 예방 및 치료법의 개발 등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알츠하이머 1세대 노인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들이다. 특히 50대, 60대에 이르러 알츠하이머에 걸린 부모를 돌봐야 하는 코호트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그저 한 가족의 슬픈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개인들의 참으로 안된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 세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상당한 비율의 사람들(특히 여성들, 돌봄은 주로 여성들의 책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에게 해당되는 사회적 현상이다. 알츠하이머 같이 간병하기 어렵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전망도 불투명한 병은 본인들 역시 은퇴를 전후 하여 생물학적으로 건강이 약화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있는 이 사람들의 남은 인생에 특히 물리적, 정신적 건강 측면에서 상당한 부정적 효과를 각인시킬 가능성이 크다. 은퇴 후 자신의 복지와 건강에 돈과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기에 그 자원을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부모에 쏟아 붓고 한편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통은 알츠하이머를 겪는 가족이 없는 동년배 사람들보다 경제적 여건 및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명백한 코호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점차 마련되는 사회적 인프라와 노하우는 이후 알츠하이머 노인의 50, 60대 자녀들의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상당히 경감시켜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이가 실제로 평균 수명이나 연령대별 사망률에 눈에 띄게 반영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론상으로는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2.

비슷한 시각으로의 접근이 경제위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장기간의 고속  경제성장 속에서 상당한 수준의 기업복지 및 평생고용의 사회적 합의를 가졌던 한국 사회에서 1997년 IMF 경제위기로 갑작스럽게 이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면서 피해를 보게된 대표적인 사람들은 40-50대의 중년 남성들이다. 가장으로서 가계의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던 이들이 비생산적인 잉여인력이라는 딱지를 달고 줄줄이 잘려나갔다. 유럽에서는 국가가 상당한 수준으로 제공해 주는 복지가 기업복지라는 기묘한 형태로 제공되었던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곧 해고자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복지까지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들 중년의 남성들 (45-55년 생 출생 코호트 정도?)의 박탈감과 책임감은 비정규직과 같은 보다 낮은 계층으로의 직업이동보다는 크고 작은 사업, 즉 자영업의 증가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소수의 성공적 사례를 제외하고는 다수가 당연히 (1) 망하거나 (2) 사기 당하거나이다. 운이 좋았다면 기술이나 IT 주식에 퇴직금을 부었다가 대박을 맞았을 수도 있고, 부동산에 현명하게 투자했다가 상당한 수익을 내어 남부럽지 않은 노후를 마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운좋거나 혹은 잘 준비된 경우가 아니었다면 소박하게는 동네에 누가봐도 망할 자리에 치킨집이나 분식접이나 노래방이나 PC방을 냈다가 망하거나 (편의점은 좀 낫다) 보다 허황되고 어리석었다면 이런 혼란기에 반드시 들끓는 사기꾼들의 사탕발림에 혹해서 그 귀중한 돈을 홀랑 날려먹거나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IMF 중년 코호트 남성들의 이런 운명, 상처가 거시적 혹은 미시적 데이터에 어떻게 담겨있을지, 그것이 어떻게 따로 밝혀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런 식의 내러티브를 가지는 이들의 생애과정이 그 주변 특히 가족들에게 미치는 효과이다. 다수의 이 중년들은 10대-20대의 자녀들이 있을 것이고 이러한 아버지의 경험, 가족사는 그 자녀들의 향후 경제적, 정치적 태도와 행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IMF에 청소년기를 겪은 출생 코호트 (1975-85)에게 나타나게 될 코호트 효과이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보수화되었다는 이들 세대의 모습을 상기해 보자). 이 아이들의 엄마들 (즉, 중년 남성들의 아내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코호트 효과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물질적 충격은 본인의 노후 복지에는 물론이고 자녀들에 대한 교육 및 지원에 대한 책임으로, 이전 보다는 훨씬 높은 비율로 비정규직 혹은 낮은 직급의 노동시장에 이들이 종사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중년 여성 코호트(아마도 1945-60년 생?)가 그 이전 출생 코호트 여성들보다 이 연령대에 더 높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보인다면 이 가설의 증명의 첫단추는 끼워지는 셈이다. 동시에 이런 충격은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충격은 이 세대 중년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히 적지않게 미쳐질 가능성이 높다.

3.

이 한국사회와 그 사회 안에 사는 가족, 개인들의 모습에 대한 스케치 속에는 생애과정 연구에서 이야기하는 APC 효과들 - 즉 연령효과 (특정 연령대이기에 생물학적 사회적 이유로 겪게되는 결과들), 시대 효과 (알츠하이머, 경제위기), 코호트 효과 (시대적 충격들이 각 코호트들에게 차별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 - 이 교차하고 있다.

4.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48년 생인 우리 어머니는 현재 60대에 들어섰고 본인의 은퇴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90이 다된 시어머니의 알츠하이머를 간병하느라 힘들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제위기 이후 안정적 직업을 잃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남편이 사기꾼의 사탕발림에 홀랑 넘어가 집안이 풍비박산에 가까운 수준으로 작살이 난 경험도 하고 있다. 아들 하나는 굴지의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상당히 안정적 생활을 하고 있으나 예전과 같이 그곳에서 은퇴할 때까지 일할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의 40대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른 아들은 잘 다니던 회사를 뒤로하고 공부한다고 유학을 가있는 상태이다. 둘다 IMF 이후 완전히 바뀐 직업의 의미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어머니 (혹은 그 어머니 코호트)는 더 이상 이전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기대할 수 있었던 노년기의 부양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아니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스스로가 직업인으로 경제적 활동을 해왔던 우리 어머니의 입장은 좀 나을지 모르겠다. 만일 그런 커리어가 없는 동년배의 어머니들에게 이런 시대 효과는 더 강렬하게 그들의 여생에 각인될지 모르겠다. 물론 대부분은 부정적 방식으로.
by 하늘타리 | 2009/11/06 13:42 | 꾸역꾸역 | 트랙백 | 덧글(0)

14대 불가사의ㅡ

유사 이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랍니다).

1. 인류의 구멸을 초래하는 고스톱 막판쓸. 과연 허용해야 할 것인가?

2. 중국집 군만두 써비스 얼마부터 시작인가?

3.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 - 엄마가 좋은가 아빠가 좋은가

4.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숨겨진 진실 - 키높이 깔창 허용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5. 셜록홈즈도 속아버린 완벽한 트릭 - “오빠 믿지” 과연 믿어야 하는가

6. 불특정 다수를 노린 테러 - 음식점 배달 “방금 출발했어요” 과연 믿어야 하는가

7. 당신이 간과한 혈육 - 식당이모 과연 가족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8. 솔로몬도 두손든 미스테리 - 영화관 의자 팔걸이 과연 어느 쪽이 내 것인가?

9. 인류가 나은 재앙 - 노래방 우선예약 권리인가 범죄인가

10. 금녀의 벽을 넘는 유일한 존재 - 청소 아줌마의 남자화장실 출입 업무인가 특권인가

11.신용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자화상 - “야 언제한번 밥 먹자” 언제 먹을 것인가

12.인류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로맨스, 114안내원의 안내멘트  - “사랑합니다. 고객님” 진정 날 사랑하는 것인가

13.과연 어떤 대답을 원하는가? - 연애를 해본 남자라면 한번씩은 들어봤을,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자매품으론 "뭐가 미안한데?"

14. 정체불명의 배후집단 - '우리 아내', '우리 남편' 이라고 할 때의 '우리'는 대체 누굴 말하는가?


by 하늘타리 | 2009/11/03 06:28 | 옹알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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