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공부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다보면 종종 시간을 아깝게 허비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시간은 부족하고 읽고 써내야 할 것은 많은 상황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어쩌면 지극히 사소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단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많으로 내 삶에서 쳐내고 말게 하는 주범일지 모른다. 

삶이라는 게 단 한번 뿐인 것인데, 
평생 그닥 즐겁지 않은 일을, 혹은 덜 즐거운 일을 효율적으로 빽빽하게 해내고 살다가, 사소하니 힘들지 않게 하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아하는 것들을 단지 먹고 사는데 그리고 자리잡고 인정받는데 덜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별로 못하고 죽어버리는 삶을 산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겠지. 푸념.

반론1.
사회과학은 사회+과학인지라, 난 사회만으로 어거지를 빡빡쓰며 버티는 연구들도 싫지만, 궁극적으로 과학을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 오히려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놀랍게도, 아니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계속 밀어붙여볼만 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들은 멍하니 멍때리고 있거나, 내 자신이 쓰레기 같이 느껴질 정도로 무의미함에 가깝게 웹서핑 질을 하거나, 이것 저것 다 포기 배째고 만화책이나 추리소설의 동굴로 돌아가버리거나 할 때 얻어진 것들이다. 통찰이란 그런 거지 뭐. 그러므로 언젠지 기억은 잘 안나는 얼마 전부터 그러한 '맹한 짓'(이라고 부르자, 명명하기도 귀찮다)을 할 때 나는 효율성(곧, 시간+비용 투입 대비 산출량)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 분류를 새로 한 후 죄책감을 좀 줄이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반론2.
산다는 것 중에 공부가 다가 아닌데. 때로는 마눌님하고 놀기도 해야하고 맛있는 걸 해먹기도 해야하고 빨래도 해야하고(아, 빨래하는 거 까먹었다) 때로는 이짓도 저짓도 해야하고. 

아주 사소해서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약한 게다가 지금 맥락과도 어울리지 않는 재반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인간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엑셀이나 STATA 스플레트 시트에 변태스럽게 분해되어 착착 정리된 인간들(의 데이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보면 그들이 읊조리거나 중얼거려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미쳐가냐). 쉽게 말해 'What data tells you'에 민감해 질 필요가 있다. 
by 하늘타리 | 2009/05/06 08:58 | 옹알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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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ster at 2009/05/08 13:48
공부하면서 고민이 많구나. 나 역시 책방을 시작한 후로 계속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 하지만 고민을 많이하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일 보다는 몇 배는 더 큰 결실이 있을거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깊은 고민과 싸움을 하지. 파이팅! 서울은 5월들어 거의 여름날씨다...
Commented by oster at 2009/05/08 13:48
참고로 내 아이디를 요즘 존레논에서 오스터로 바꿨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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