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교육감과 교육개혁의 성패 투덜이

전교조의 곽노현 TFT참가, 이건 아니잖아?

선거에서 이기는 과정 자체는 사실 단순하다. 중요한 것은 당선된 후 어떻게 현실을 바꿀 것인가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예가 있다. 바로 노무현이다.

왜 그런지 이유는 간단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선거에서는 이기기 위해 이런저런 정파, 정당들이 단결한다. 한시적으로 한 편이 되어 전력을 다한다. 비록 그렇게 하는 속내들은 다 다를지 몰라도 말이다. 하지만 일단 선거에 이기고 나면 그 속내들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당선자에게 선거 때의 다양한 우군 세력들은, 자신의 정책을 소신껏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든든한 지지가 되기 보다는 오히려 장애가 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이 비정상적이거나 지양해야 될 것은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현상이다.

이 경우 당선자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로 갈 수밖에 없다. 하나는 자신을 선거에 당선시킨 세력들의 입김에 좌지우지 되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닌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내고 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당선시킨 세력들을 어루고 달래고 하면서 그들의 요구를 생산적으로 반영하고 조합해서 주어진 조건 내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후자의 길이 당연히 어렵다. 전자와 후자 간의 차이는 당선자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당선자는 후자를 선택할 테니까.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정치적 능력 그리고 직접적인 정치적 세력으로 환원하기는 어려운 시민사회의 감시와 압력이다.

지금까지 '당선자'라고 지칭했지만, 이 '당선자'란 곧 정치인이다. 많은 사회세력들이 특정 정치인(노무현 혹은 곽노현)을 힘을 모아 당선시킨 이유는 그로부터 정치적 능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 정치적 능력은 곧 수많은 정치세력 간의 갈등을 잘 조화시켜 그나마 주어진 조건 내에서 모두가 수긍할만큼 만족할 수 있고(게임이론으로 표현하면 내쉬 평형) 동시에 최선의 정책적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같은 조건이라면 공익의 페이오프를 최대화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하면 직접적인 게임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비공식, 비간접적 방식으로 게임의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여론이라고도 하고, 민심이라고도 한다)을 자신이 원하는 정책 추진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능력, 즉 카리스마도 정치적 능력에 포함될 것이다.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한국 사회의 가장 곪아터진 지점인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특히 이런 저런 세력들의 기득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어떤 제도나 정책이 많은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을 경우에는 바로 이러한 기득 세력들의 이익들이 기존 제도 내에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라 진단할 수 있다.

그것은 기존 정책에 찬성하는 쪽(예를 들면 보수세력이라고 하자) 뿐만이 아니라 반대하는 쪽(개혁 혹은 진보세력)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변화를 천명하며 새로 당선된 정치인에게 부담이 되는 쪽은 후자의 경우일 수 있다. 트랙백한 글이 지적하는 지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교조가 가진 변화에 대한 의지와 노력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또한 그들이 한국사회와 한국 교육계에서 하는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도 찬사와 응원을 보내는 편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교조가 또한 자기 조직 내에 복잡한 갈등과 이익관계를 가진 사회조직이며, 교육계에서 나름 강력한 사회적 권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자기 이익관계를 보유하고 있는 이익집단이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도 없고 부인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이는 비단 전교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 민주노총 역시 마찬가지이고, 정치사회에서는 민주당이나 기타 진보정당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경력이 전무하고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이 범진보, 개혁 세력들의 광범위한 지지연대를 바탕으로 당선이 된 곽노현 당선자가 과연 다양한 지지세력들에게 진 빚 즉 그들이 서울시 교육정책에 개입하고자 요구하는 지분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자율성을 확보해서 운신의 폭을 확보하고 그 확보한 운신의 폭 내에서 바람직힌 교육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그의 전무한 정치적 경력이 오히려 기존 지지 정치세력들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신을 정치적 역할로 프레이밍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전문가 혹은 행정가로 프레이밍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선출된 교육감으로서의 역할이 온전히 행정가로 한정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직접 주민선거에 의해 선출된 순간부터는 사실상 그의 정치적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정치적 기반의 부재 및 경험의 부재는 자칫 주변의 이런저런 강력한 세력들의 영향력에 종속되고 말게 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당장 교육감 인수 태스크포스에 곽 당선자가 전교조 인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따라서 성공적인 서울시 교육정책 개혁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곽 당선자가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최대한 노회하고 현명하고 때로는 교활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회세력들의 영향력 속에서 최선의 정책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그리고 실천하는 것)

둘째,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정치적 이슈로 성공시키고 대중들로 하여금 교육정책에 대한 어젠더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압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끈 것처럼, 곽 당선자도 자신의 교육정책을 시민들이 쉽게 인식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프레이밍을 해야함. 그럼으로써 교육정책의 정치적 게임 판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음.

셋째, 전교조를 비롯한 개혁, 진보세력들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기득권 보전의 경향을 과감히 버리고 어쩌면 다시 오기 어려운 교육 개혁의 이번 기회를 위해 때로는 과감하고 때로는 현명한 지지세력 및 연구, 정책세력이 되어 주는 것. 오직 더 나은 교육이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했던 수많은 교사들의 바램이 결실을 맺는 기간인 것을 인식하고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함.   

덧글

  • 부정변증법 2010/06/21 08:17 # 답글

    민노당 가입 교사들에 대한 징계 의결이 첫 시험대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전교조가 당원명부까지 명백한 몇몇 조합원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교육감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 줄 대인배가 되었으면 합니다만, 생계의 문제인데다가 그 동안의 관성으로 보아 "이런 배신자!"드립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에서 먼저 경징계를 떄려버린 김상곤 교육감의 노련한 정치적 감각이 인상적입니다.

    문제는 전교조 내의 참실련, 교찾사 두 정파가 교육감을 자기들이 획득해야 할 아이템 정도로 생각하고 서로 프랙션 경쟁을 하는 경우인데... 하지만 곽노현 당선자가 의외로 무서운(!) 인물이라고 하니 기대를 일단 걸어 봅니다.
  • 하늘타리 2010/06/24 00:41 #

    역시 정치는 무서운 사람들이 해야하는 거 같군요. 물론 무섭기만 하면 안되겠지만요. 하긴 웃기면서 우스우면서 무서운 양반이 짱먹고 있는 대한민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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