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정치사회학자 마이클 만의 날카로운 분석에 따르자면, 사회의 각종 엘리트들 가운데 경제 엘리트는 자본을, 군사 엘리트는 무력을, 이데올로기 엘리트는 지식과 문화, 예술에서의 주도권을 소유 혹은 전유함으로써 사회적 권력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 엘리트만은 자신만의 자원을 쥐뿔도 없으면서도 엘리트로서의 지위를, 그것도 가장 핵심적 사회권력으로서 누린다. 무엇이 바로 이 정치 엘리트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인가. 가진 것은 꽃도 없는 것들이 도대체 무슨 기능을 하길래 그토록 권력의 정점에서 자리잡고 있는걸까.
이는 정치인들에 대한, 그들의 그 한없는 뻔뻔함과 후안무치함, 비생산적임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하게 만드는 질문인데, 곧 그냥 쉽게 말하면 "쟤넨 도대체 뭐하는 애들이냐"라는 외침과 다르지 않다. 내 생각엔 정치인들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한달에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쳐먹으면서 그것도 부족해서 후원금까지 받도록 각종 법과 제도로 사회에서 뒷받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정치인들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각종 엘리트들 및 민중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이다. 이는 어느 사적 이해에도 흔들리거나 침범당하지 않고 "공적 이익"(public interest)를 대변하도록 절차적으로 위임받은, 정당성을 갖춘 자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익단체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는 정치이론에서는 심하게 이상적인 접근이라고 비판받겠으나, 정치인들의 근본을 따지자면 한개도 틀린말이 아니다. 사회기능론적으로 보나, 우리가 투표할때 기대하는 이상적 정치인상을 봐도 그렇다.
다른 하나는 바로 사회가 어디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첫번째 '조정자' 역할과 완전히 별개라고 볼 수 없긴 하지만, 한편으로 그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정치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군주의 새로운 상을 제시하면서 정치의 영역을 열어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가장 이상적인 과업이 아닐까 한다. 즉, 정치가 다른 영역 위에 군림하면서 그만의 특유의 온갖 재주와 기술을 부릴 수 있는 바로 그 짓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레닌이, 히틀러가, 케네디가, 대처와 레이건이, 그리고 지금 오바마가 하는 짓이다. 좋게 보면 그 사회에 유력한 갈 길을 제시함으로써(그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사회통합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촉진할 수 있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입에 발린 말로 군중들의 똥꼬를 살살 핥아줌으로써 그 맛에 취하고 착각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만 지적해본다면, 세상에 사회적인 비전이 없는 그런 사회는 정말 살맛 안날 것이고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 사회가 바로 그런 상태가 아닌가!) 반면 정치가가 감동적인 말로 그럴듯한 사회적 비전을 보여주고 함 해보자라고 (Yes, We can!!!) 멋지게 씨부려 준다면 그것 참 매력적이지 않을 것인가!
뭐, 솔직히 이글의 목적은 오바마의 그 간지 좔좔 흐르는 연설에 반해 먼가 그에 대해 좋은 말을 쓰고 싶다는 것인데, 그냥 쓰기 뭐하니까 앞에 말도 안되는 말들을 끄적 거렸다. 여튼, 그런 면에서 - 많은 사람들이 그의 경험부족과 실력이 검증된 바 없는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을 표함에도 불구하고 - 버럭! 오바마는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연설을 들으며 아 대통령 후보라고 나온 인간이 저렇게 감동적이고 인스파이어링한 메시지를 던져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저급한 한국 정치에서는 단 한번도 연설이나 언사를 통한 감동을 기대할 수 없었지 않았는가. 그나마 DJ의 취임연설에 좀 시큰했고, 노간지 선생의 노란풍선에서 뭔가 그에 가까운 필링을 느끼긴 했으나 그것이 언어로 정리된, 이성과 감성으로 잘 점철된 비전은 아니었으니까.
여튼 연설 잘하기로 인정받는 오바마의 가장 간지 잘잘 흐르는 것으로 알려진 "Yes we can!" 연설(힐러리와의 경선 때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힐러리에게 아깝게 패하고 나서 한 연설이다)의 일부 맛보시라.
For when we have faced down impossible odds, when we've been told we're not ready or that we shouldn't try or that we can't, generations of Americans have responded with a simple creed that sums up the spirit of a people: Yes, we can.
(우리가 불가능한 일에 직면할때, 우린 준비가 안됐다는 이야길 들을때, 또는 우린 시도해선 안돼, 할 수 없어라는 말을 들을때, 우리 미국인들은 대대로 다음과 같은 정신으로 요약되는 간단한 신조로 대응해 왔습니다. "응, 우린 할 수 있어")
Yes, we can. Yes, we can.
It was a creed written into the founding documents that declared the destiny of a nation: Yes, we can.
(그건 이 나라의 미래를 선언한 독립선언에도 적혀있는 신조였습니다. "Yes, we can")
It was whispered by slaves and abolitionists as they blazed a trail towards freedom through the darkest of nights: Yes, we can.
(그건 가장 어두웠던 밤을 뚫고 자유를 향해 개척했던 노예들 및 노예폐지론자들이 속삭였던 말이었습니다. "Yes, we can")
It was sung by immigrants as they struck out from distant shores and pioneers who pushed westward against an unforgiving wilderness: Yes, we can.
(그건 낯선 해변에 상륙해 개척한 이주민들과 무자비한 서부의 황무지를 향해 나간 개척자들이 노래한 말이었습니다. "Yes, we can")
It was the call of workers who organized, women who reached for the ballot, a president who chose the moon as our new frontier, and a king who took us to the mountaintop and pointed the way to the promised land: Yes, we can, to justice and equality.
(그건 노조를 조직한 노동자들의 외침이요, 처음으로 투표권을 획득한 여성들, 우리의 새로운 개척지로 달을 선택한 대통령, 그리고 우리를 산 정상으로 이끌고 약속의 땅을 보여줬던 왕의 요구였습니다. "Yes, we can" 정의와 평등을 향해.)
Yes, we can, to opportunity and prosperity. Yes, we can heal this nation. Yes, we can repair this world. Yes, we can.
(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기회와 번영을 향해. 그래요 우린 이 나라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네 우린 이 세계를 고칠 수 있습니다. Yes, we can)
And so, tomorrow, as we take the campaign south and west, as we learn that the struggles of the textile workers in Spartanburg are not so different than the plight of the dishwasher in Las Vegas, that the hopes of the little girl who goes to the crumbling school in Dillon are the same as the dreams of the boy who learns on the streets of L.A., we will remember that there is something happening in America, that we are not as divided as our politics suggest, that we are one people, we are one nation.
(그리고, 내일, 우린 남부와 서부로 선거 운동을 떠나면서, 스파르탄버그의 방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라스베가스의 접시닦이 노동자의 어려운 삶과 다르지 않고, 다 부서진 학교를 다니는 딜런의 작은 소녀의 희망이 LA의 거리에서 삶을 배우는 소년의 꿈과 같다는 것을 배울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고 우리가 정치가들이 암시하는 것처럼 분열되어 있지 않으며, 하나의 국민이요 하나의 국가라는 점을 기억할 것입니다.)
And, together, we will begin the next great chapter in the American story, with three words that will ring from coast to coast, from sea to shining sea: Yes, we can.
(그리고, 모두 함께, 우리는 미국 역사의 위대한 다음 장을 시작할 것입니다. 서부에서 동부까지, 대서양에서 빛나는 태평양까지 울리는 세 단어로 말입니다. Yes, we can)
Thank you, New Hampshire. Thank you. Thank you.



